“내가 붕어(崩御)한 것이라 소문을 내거라.” “네? 폐하, 어찌 그런 불길한 말씀을 하십니까?” 이제 제법 기운을 차린 민현은 가장 먼저 영춘을 불러 은밀히 명을 내렸다. “혜비와 그의 아비가 살아있지 않느냐. 죄에 비해 죽음은 무거워 살려둔 것이지만 싹을 잘라두지 않으면 큰 위협이 될 것이다.” “허면….” “황제가 위중하다고 하나 사실은 죽었다고 소문...
혜비가 폐출되어 쫓겨난 후, 종현은 여가시간도 없이 바빠졌다. 이 나라에 귀비는 오직 종현 한명이라, 국가적 제례인 춘제(春祭)를 관장해야 한다. 본디 황후가 해야 할 일을, 내명부의 수장인 종현이 맡게 된 것이다. 암묵적으로 간택령이 거두어지고 종현을 황후로 여기는 것과 다름없는 처사였다. 이에 대해 반발할 이는 아무도 없었다. 태사 이중억의 집안이 패망...
말이 갈림길 앞에 멈추어 선다. 한쪽은 도성으로 올라가는 길, 다른 쪽은 돌고 돌아 환족마을로 가는 길이다. 민현과 이곳에서 헤어지기로 했다. 환족마을에서 자신을 기다릴 권이를 데리고 와야 함은 물론, 마을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 옳다. 민현의 품에서 벗어나 안장에서 내리려 하자 허리에 둘러진 팔에 힘이 들어간다. “꼭 가야 하는 것이냐?” 묻는...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에 말을 내려선다. 품에서 환족 문양이 새겨진 천을 들어 휘날리니 산봉우리에서 인영이 움직인다. 산속 보초를 서던 사내가 내려와 종현을 알아보고 인사를 올린다. 이전 종현이 머물던 곳은 이미 인적이 끊긴 지 오래다. “공자님께서 떠나신 후 이곳을 정리하였습니다.” “허면 어찌 제가 올 줄 알고.” “촌장님께서 귀한 손님이 오실 거라며 ...
기침을 한 후 세숫물에 얼굴을 씻고 곱게 화장을 한다. 나인이 옷을 들어 입혀주면 당연하다는 듯 팔을 움직여 끼워 넣는다. 태생부터 누군가를 아래에 두는 것이 자연스러워 그녀는 사가(私家)에 있을 때나 황궁에 있을 때나 다른 것 없이 익숙하다. “아버님은 오늘도 오셨다더냐?” “네, 모든 신료들과 함께 태화전 앞에서 주청을 드리고 계십니다.” 거울 속에 비...
민현은 문틀을 쥐다 손톱을 세워 나무 틀을 긁어내렸다. 아랫입술에 피가 날 정도로 깨물며 버티지만, 정신은 점점 맞붙은 종현의 몸으로 쏠린다.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는 것이냐?” 종현은 답하지 않았다. 대답 대신 허리를 안았던 손을 위로 하여 황제의 용포를 동여맨 고름을 풀어냈다. 그 손길에 놀라 민현이 뒤를 돌아보니 종현은 자신의 옷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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